전설
우리 아이의 탄생은 우리에게는 신화이다. 우리 가족의 여행은 우리에게는 역사다. 그리고 우리의 도전은 우리에게는 전설이다. 작은 도전이든 큰 도전이든... 춘천마라톤을 도전한 그 모든 사람들에게도 2007년 10월 28일은 역사이고, 전설이다.
그들의 도전
병든 어머니를 휠체어에 모시고 완주한 청년의 도전도, 사고로 다리에 철심을 박고 3시간대로 완주한 아저씨의 도전도, 심하게 다리를 저는 장애우의 도전도, 76세 최고령 할머니의 도전도, 아이이름과 '수능대박'을 쓴 플랭카드를 붙이고 달리는 많은 부모들의 도전도, 춘천마라톤은 가을의 전설이었다.
나의 도전
하프마라톤은 3회 정도 뛰어보았다. 풀코스는 항상 마음속 동경으로 있어 도전을 했다. 나의 목표는 시간이 아니었다. '완주' 그 자체가 나의 지상과제였다. 2007년 마지막날 올해에 이룬 성취로 마라톤 풀코스 완주라고 한 줄 적어도 올해는 충분히 보람있으리라. '체중을 많이 줄이지도 못했는데..' '훈련도 잘 소화하지 못하고...' 나에 대한 반신반의도 있었지만, 우리아들의 "아빠! 꼭 이기구와" 응원에 다시 힘을 내고 경기장으로 갔다.
처음 20킬로미터
날씨도 좋았다. 기분도 좋았다. 발걸음도 가벼웠다. 처음 오르막길에는 좀 힘들었지만 이후, 의암호를 바라보고 뛰는 기분이란... 고함도 지르고, 모든 카메라 앞에서 내 모습은 당당했다. 자신이었다. 오버페이스를 경계하며 나만의 페이스로 진행을 했다. 단풍이 물든 의암호 강변을 달리며 내 의지는 붉은 단풍처럼 뜨거웠고, 내마음은 푸른 강물처럼 시원했다.
20킬로미터에서 30킬로미터
20킬로미터를 지나니 자신감이 더 했다. 이대로 뛰면 5시간안에도 들어갈 수 있으리라. (나의 내심 목표는 5시간) 5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 뛰었다. 좀 페이스가 빠르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마음은 나의 능력을 앞서고 있었다. 그러다 25킬로미터, 오른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 순간 들리는 소리 "아픔을 참고 한 5킬로미터 뛰면, 마비가 되어 편안해져", 그말을 믿고 뛰었다. 그렇게 30킬로미터까지 뛰었다.
30킬로미터에서 완주까지
30킬로미터까지는 잘 뛰었다. 약 3시간 반... 나머지 12킬로미터를 1시간반에만 뛰면 5시간도 가능하다. 그리고 발걸음을 내 딛는데... 뛰어지지가 않는다. 오른 무릎의 통증이 심하다. 32킬로미터에서 처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곤 2시간 반을 걸었다. 배 고프고, 날은 추워지고, 다리는 아프고, 걸어가는 모습이 패잔병의 모습이고...
내 인생에 이렇게 힘들고, 멀고, 어려운 길은 처음이다. 마라톤은 32킬로부터 시작이라는 말도 있던데... 길에 누은 사람들, 오토바이에 후송되는 사람들, 엠블란스에 실려가는 사람들, 쥐가나서 넋놓고 앉아 있는 사람들... 나도 다리도 풀고, 수지침도 맞고, 앉았다가 일어서고, 절뚝거리며 걸었다. '앞서 간 많은 사람들의 승리가 나의 패배는 아니다. 나는 나의 경기에서 승리할 것이다. 빨리가서 가족들과 닭갈비 먹어야지'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그렇게 2시간 반을 갔다.
가족상봉
이제 경기장, 뛰고 싶었지만 다리가 아파 뛸 수가 없었다. 이제 다 끝났다 싶을 때 누가 내 길을 막았다. 내 아내와 내 아들... 아들이 내게 달려왔다. 그들이 있었다. 나와 함께하는 그들이 있었다. 경기장을 한 바퀴돌고 그들에게 갔다. 그렇게 난 생애 첫 마라톤 완주를 했다. 나는 꼴찌그룹이었지만... 나중에는 걸었지만... 나와의 경기에서 승리했다. 내 의지와 그들이 있다면 무엇을 못할 수 있을까?
달려오는 안수현... "아빠는 왜 걸어? 그래도 이긴거야?"
느낀점
마라톤은 인생 그 자체인것 같다. 누구도 내길을 가 줄수도 없고 쉽게 해 줄수도 없다. 오로지 내 체력과 의지로 맞서는 투쟁이다. 많은 사람이 경기는 하지만 링에는 나만 있다. 내 의지, 체력의 한계와 싸우는 나만 있을 뿐이다. 한계와 싸우는 싸움이라면 기록이 순위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한계와 싸우는 그 자체가 승리인 것이다. 작은 승리지만 승리의 경험은 내 아픈 다리에 녹아 있을 것이고, 내 심장에 아로 새겨져 있을 것이다.
꼴찌 챔피언







